작년 가을(23년 9월)에 시즌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시즌은 브이더홈에게 있어서 큰 도전이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수를 두었죠. 누구도 제공하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브링더홈이 시도하고, 깨지고, 다시 시도했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지난 9월, 우리는 3세대 가습기를 출시했습니다.
3세대 가습기는 1. 실제 숨 쉬는 곳을 기준으로 2. 습도를 자동 관리하는 핵심 콘셉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의 가습기들은 습도 센서가 없거나, 있어도 ‘가습기 근처’의 습도를 측정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었죠.
이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우선 가습기의 설치 위치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가습기는 얼굴과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분무를 직접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의 습도를 올려 간접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죠. 분무를 직접 마시면 오히려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습기를 떨어뜨려 설치하면, 가습기 근처와 내가 ‘실제 숨 쉬는 곳’의 습도에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뭐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겠지만, 실제로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습도는 생각보다 금방 오르기 때문에, 2m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20% 이상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죠. 습기가 퍼져서 공간 전체의 습도가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기존 가습기들은 <자동 운행> 혹은 <자동 습도 관리> 같은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를 위한 습도 측정은 모두 ‘내장 습도 센서’를 사용합니다. 즉, 실제 숨 쉬는 위치가 아니라 가습기 근처를 기준으로 습도를 관리하는 것이죠.
가습기를 튼다
→ 가습기 근처 습도만 빠르게 오른다
→ 목표 습도까지 빠르게 오른다 (가습기 근처 기준)
→ 분무 중지 (전체 공간은 여전히 건조)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어 3세대 가습기를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비즈니스’ 관점으로 생각하면, 적당히 하고 그 시간에 다른 상품을 준비하는 게 옳습니다. 우리나라의 덥고 습한 여름에는 가습기의 수요가 거의 없으니까요. 실제로 23년 여름 동안 브링더홈의 매출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아무도 이를 문제라 생각하지도, 해결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어도 적당히 굴러갔으니까요. 하지만 ‘브링더홈’이라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세대 가습기의 핵심 콘셉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은 ‘실제 숨 쉬는 곳의 습도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IoT 기술을 3세대 가습기에 도입했습니다. IoT 기술을 활용해 원격 센서에서 습도를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가습기를 제어하도록 했죠. 즉, <실제 숨 쉬는 곳을 기준으로, 알아서 습도 관리>라는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어떤 가습기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었고,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제대로 된 솔루션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3세대 가습기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미묘한(?)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너무 반응이 폭발적이면 어떡하지?’ 하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으니까요. 막상 까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3세대 말고, 기존 2세대 가습기에서 작은 개선만 진행했음 나았을까 하는 후회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3세대 가습기는 출시됐습니다. 돌이킬 수 없었죠. 그리고 3세대 가습기에 대한 확신은 여전했습니다. ‘물만 채우면 끝’이니까요. 3세대 가습기는 ‘습도 관리’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가습기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사람들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음,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체 여기에서 무얼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 반응이 바로 결정적 힌트였습니다. 우리의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사람들은 막연히 좋을 것 같다가 아니라, ‘너무 편할 것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였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반응 차이의 원인은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습도 관리’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습도 관리’가 너무나도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우리는 ‘습도 관리’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습도 관리’는 가습기의 사용 목적과 관련한 본질적인 솔루션이었습니다.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습도를 관리하는 것이고, 습도를 올려 건조함을 없애는 동시에, 너무 과습 되지 않도록 막는 모든 관리를 포함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생각하는 ‘습도 관리’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죠. 쉽게 말하면 ‘건조함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는 가습기를 일단 틀면 높은 확률로 해결되죠. 즉,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가습기들로도 ‘습도 관리’라는 문제는 해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우리가 아무리 ‘습도 관리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라고 주장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섣부른 확신에 갇혀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설명을 점검하고 뜯어고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던 단어인 ‘습도 관리’를 쪼개어 우리만 아는 설명이 아니라, 사람들도 아는 설명으로 고쳐 나갔죠.
가습기는 발치에, 원격 센서는 얼굴 근처에 두기만 하면 됩니다.
원격 센서가 실제 숨 쉬는 곳의 습도를 측정해서 건조할 때 풍부하고 따뜻한 가습이 알아서 켜진답니다. 그리고 과습이 되면 호흡기가 답답함을 느끼고, 곰팡이가 필 수도 있으니까 과습 되기 전에 알아서 꺼진답니다.
그렇게 우리도 사람들과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니 사람들도 3세대 가습기를 더욱 잘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과습을 막아준다’라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가습기를 무작정 틀어 두었다가, 방이 뿌옇게 될 정도로 과습 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갇혀 있던 생각을 깨부수는 과정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뛰어난 가치는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잘 전달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또한 잘 전달하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결국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야만 제대로 된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당연하지만, 새로운 개선점들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입니다.
이번 시즌에 만든 수많은 상세페이지 버전들..
이번 시즌은 브링더홈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시즌이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끝에 3세대 가습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채로 시즌을 맞이했었죠. 그래서 시도하고, 깨지고, 다시 시도했던 시즌이었습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브링더홈은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이를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브링더홈다운’ 제품과 서비스들이 잔뜩 있습니다. 브링더홈 가족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실 것들이라 자신을 갖고 준비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브링더홈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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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더홈 EP 7. 클리닝 서비스
‘브링더홈다운 서비스’ 고객을 위해 만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