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에피소드 이후, 해가 바뀌고 벌써 8월에 접어들었습니다.
(22.11 → 23.8)
'마무리 인사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직 우리에겐 절반의 시즌이 남아 있으니까요!'라며 이전 에피소드를 끝낸 것이 무색하게 말이죠. 민망하네요... 그래서 시작은 짤막하게 지난 시즌에 대한 소회로 해볼까 합니다.
지난 시즌은 '브링더홈'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던 시즌이었어요. 브링더홈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만들고, 그간의 운영 과정을 에피소드(지금 이 시리즈에요!)로 정리해서 올렸죠. 그리고 인스타를 통해 콘텐츠도 업로드 하며 고객분들과의 소통도 시작했어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참 어색하고 서툰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우리 브링더홈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 힘을 얻었어요. 덕분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지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2.11 스토어 리뷰 (위) 23.8 스토어 리뷰 (아래)
그런데 시즌 마무리 이후, 6개월 정도 인스타를 비롯한 브링더홈 소식 업데이트가 멈췄었죠.
사실 이 기간 동안 브링더홈은 앞으로 방향을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간에 너무 오랜 기간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도 났지만,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중요한 주제인 만큼 확실히 해서 알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내부적으로 많은 이야기(≒갈등)을 나눈 끝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이렇게 공유해 드리게 되었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그간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볼게요.
(역대급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
길었던 우리의 고민은 개선 사항을 모으기 위한 고객 리뷰 검토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고객분들이 남겨주신 리뷰는 신비한 상자와도 같아요. 우리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좋은 점들과 아쉬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리뷰들을 살펴보며 정리하던 중에 다소 어이없는(?) 내용의 리뷰를 발견했어요.
"가습기 습도가 안 맞아요."
처음에는 일단 체크만 해뒀습니다. 명확하게 어떤 점을 개선 포인트로 잡을지 애매했거든요. 만약 해당 제품 센서만 갖고 있는 문제일 경우, 검수 외에는 개선 사항으로 반영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리뷰 검토를 진행하며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가습기 습도가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달라요."
이렇게 되니 우리도 진지하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브링더홈 가습기에는 습도 관리를 좀 더 편하게 돕기 위한 '목표 습도 운행' 기능이 있는데, 습도가 안 맞는다는 건 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했으니까요.
그렇게 파고든 결과, 이러한 내용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가습기 습도가 맞지 않는다'는 건, 다른 습도 측정값과 비교했을 때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죠. 즉, 고객분들이 따로 구비하고 있는 온습도계와 가습기 센서의 습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센서의 문제일까?
그래서 우리는 온습도계 여러 개를 구매해 가습기와 습도 측정값을 비교하는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결론은 센서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센서를 가습기 '옆'에 두고, 아무리 가습기와 센서를 바꿔가며 반복해도 습도 값은 동일하게 측정됐거든요.
'습도가 안 맞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센서의 정확성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위치의 문제
가습기 습도 센서는 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정확했죠. 단, '가습기 주위의 습도'에 한해서 말이죠.
하지만 가습기는 항상 바로 옆에 두고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에요. 게다가 가습 분무를 직접 호흡하면 호흡기에 좋지 않죠. 그래서 진짜 습도가 올라야 할 공간(침대 주변 등)과 가습기를 놓는 위치 사이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가 겨우 2~3m라도 습도 차이는 존재하죠.
이상적으로는 가습기를 틀고 시간이 지나면 전체적인 공간의 습도가 올라, 거리가 있어도 습도는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돼요. 그래서 리뷰를 남긴 고객님이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다르다'고 표현한 것이죠.
균일하지 않은 공간의 습도
물론 건조한 겨울에는 가습기를 튼다는 것 자체만으로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는 '이런 상황에서 습도 관리가 쉽고 편리하게 될까?' 하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가습기와 떨어진 곳이 습도 평형을 이룬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가습기를 틀어도 건조하거나, 필요 이상 과습된 사례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죠.
그렇게 우리는 사람이 실제로 지내는 공간과 가습기 '위치의 습도 차이', 이것이 습도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원인이라 추측했습니다.
우리는 가습기에 내장된 센서를 기준으로 습도를 관리하는 운행은 실용성이 떨어짐을 확인했습니다. 가습기를 틀어도 여전히 건조하다 느끼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습 될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떠올린 해결책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진짜 습도가 올라야 하는 곳을 기준으로 가습기를 운행하자!"
즉, 가습기와 떨어진 곳에 온습도 센서를 두고, 이를 기준으로 가습기를 운행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떠올린 발상은 아주 쉽고 단순했습니다. 이론상은요. 하지만 해결책이란 건 결국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죠.
떠올린 해결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습도 센서를 가습기에서 분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외부 센서가 측정한 습도를 가습기가 알 수 있어야 했죠.
그런데, 어떻게 가습기에서 분리된 센서의 값을, 멀리 떨어져 있는 가습기가 알아서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게 말이 돼?)
우리의 해결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습기와 센서가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을 해야 하죠. 네, 우리가 도달한 해결책은 사물 간 인터넷 통신, 즉 'IoT(Internet of Things)'였습니다.
처음부터 IoT 기술이 우리가 찾는 형태임을 알지는 못했어요. 떨어져 있는 센서와 가습기를 어떻게 연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되었죠. 나중에야 '아, 이게 IoT구나' 싶었습니다.
드디어 해결책을 구현할 형태까지 찾게 되었죠.
작가 macrovector 출처 Freepik
그런데 IoT, 우리가 할 수 있나?
IoT라는 형태는 알았지만, 여전히 '어떻게'에 대한 막막함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에 물어보았습니다. 예전에 제조사와 '어플 연결' 기능에 대해 논의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원격 제어 외에는 이점이 없다고 생각해 도입하지 않았어요. 리모콘이 있으니까요.
문의 결과, 과거 논의 했던 어플 연결은 'IoT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 어플과의 연결'이 맞았습니다. 첫 시도부터 운이 좋았죠. 제조사에 따르면, IoT 플랫폼 전문적으로 하는 서비스 기업이 있어 기존 제품에 IoT 칩을 받아 제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해요.
그렇게 우리는 IoT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일단 안심했습니다.
처음의 막막함과 달리 IoT 도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고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곱씹어 보니, 우리가 IoT를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집에서 IoT 기술을 활용하는 '홈 IoT'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죠. IoT 기술을 적용한 가전제품을 '만드는 건' 꽤 쉬운데 말이죠.
홈 IoT를 왜 안 쓸까? 1
정작 사용자는 불편하다
홈 IoT 시장과 생태계를 좀 더 파고들다 보니, 홈 IoT 환경이 정작 사용자에게 편한 형태는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저 '알아서' 여러 기기들이 작동되길 바라죠. 그리고 IoT 기술이 제공하는 궁극적 가치가 이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IoT 시장과 생태계는 플랫폼과 기술이 난립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IoT라는 건 최종 결과물일 뿐. 구현을 위한 규칙은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회사마다, 제품마다 제각각 다른 통신 규칙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죠.
즉, 사용자는 단순히 IoT를 지원하는 제품을 고르면 되는 게 아니라, 제품들이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연동이 되는지 안 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번거롭고, 만약 IoT 제품끼리 연동이 안 될 경우 IoT의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중구난방인 규칙을 통합하는 움직임이 이미 진행 중에 있어요. 구글, 아마존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이를 주도하고, 한국의 삼성과 LG도 참여하고 있죠. 다만, 보편적인 수준까지 통합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홈 IoT를 왜 안 쓸까? 2
효용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홈 IoT로 얻는 효용이 엄청 크다면, 번거롭더라도 안 쓸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IoT의 효용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걸 좀 더 좋게' 해주는 것이란 특성이 있죠. 이에 대해서는 예시로 설명해 볼게요.
EX) 아침 기상 시간에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커튼이 걷힌다.
이야~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 기상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커튼이 스르르 걷히며 따스한 햇살이 아침잠을 깨운다니, 분명 로망하는 아침이죠. 이런 아침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말이죠, 아침에 잠에서 깨면 '어차피' 침대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는 세면과 환복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일어나서 불 켜고 커튼을 걷는 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홈 IoT의 효용은 부수적인 '덤'의 성격을 띠어요. 조명과 커튼이 없는 것과, 조명과 커튼이 있지만 아침에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의 차이처럼요.
효용 대비 높은 장벽, 현재의 홈 IoT
물론 이러한 홈 IoT의 특성이 영원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기술이 발전하며 초기 장벽은 낮아지고, 반대로 효용은 커질 테니까요. 점점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활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홈 IoT'는 아직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지는 못했고, 초기 장벽에 비해 효용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분명 언젠가는 ioT가 모두의 집으로
브링더홈에게 IoT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고객분들이 IoT 시장과 생태계, 기술 현황 같은 것들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브링더홈이 IoT 전도사는 아니니까요. IoT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건 브링더홈이 제공하는 '가치'이고, 이번에 브링더홈이 집중적으로 파고든 가치는 '진짜 우리가 생활하는 곳의 습도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IoT가 적합하기 때문에 IoT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것입니다.
결국 남은 건 'IoT를 해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해결 1. 제품 호환? 우리가 준비하자
IoT의 초기 장벽에는 '제품 호환'의 문제가 있습니다. 가습기와 센서 모두 IoT를 지원해도 플랫폼이 다르면 연동이 불가능하죠.
만약 호환 센서가 미포함이라면, 사용자가 직접 호환되는 IoT 센서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우리가 조사한 IoT의 초기 장벽 요소이죠.
그래서 사용자는 이를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애초에 센서까지 우리가 준비해 하나의 구성으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해결 2. 초기 설정? 우리가 알려주자
호환 제품을 준비한 뒤에도 아직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연결과 연동 설정'입니다. 이는 제품을 IoT 플랫폼에 연결하고, 제품들이 서로 연동해 작동하게 설정을 해주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 또한 IoT의 초기 장벽을 이루는 요소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 과정을 넘지 못한다면 여전히 가습기는 가습기 근처 습도만 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센서 구성뿐만 아니라, IoT 연결 및 연동 과정과 '가장 사용하기 좋은 설정'을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브링더홈이 전달할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
해야 할까? (X)
해보자 (O)
올해 브링더홈은 가습기와 센서, 그리고 이 둘을 연동하는 가이드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합쳐져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만들고 있죠.
물론 모든 게 완벽하다 생각하지는 않아요. 초반 사용 장벽을 낮추기 위한 많은 준비를 해도 장벽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가습기와 센서를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경험일 겁니다.
그렇지만 처음 한 번을 넘기면 된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다시 신경 쓸 필요 없이, 브링더홈이 알아서 습도를 관리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가습기 근처가 아닌, 진짜 우리 가족이 생활하는 곳을요.
올해 브링더홈은 꽤 큰 계기와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링더홈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었죠.
공기에는 습도뿐만 아니라 온도, 미세먼지, 가스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공기를 매일 마시고 있죠. 이렇게 매일 마시는 공기는 우리, 그리고 가족의 건강에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브링더홈은 습도뿐만 아니라 공기질을 제대로, 그리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가습기뿐만 아니라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 공기질 관리 제품을 추가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IoT의 초기 장벽을 더욱 낮추고 신경 쓰지 않아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겁니다. 브링더홈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지켜봐 주세요!
브링더홈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건강에 중요한 공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돌보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마치 우리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아빠'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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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더홈 EP 6.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
습도 관리 = 가습, 과습 방지, 실제 숨 쉬는 곳 기준. 이를 잘 알리는 것이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