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준비하지 못한 자는 기회를 놓치고 말죠. 아니, 지금 눈앞에 있는 기회가 기회인지조차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브링더홈 가습기의 두 번째 시즌을 ‘안일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다뤘듯, 우리는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피드백을 모아 제품을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해내었죠. 대표님이 보내주신 샘플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샘플’은요.
2021년 10월 17일의 일요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영상 21도를 웃돌던 따뜻한 가을 날씨가, 갑자기 최저기온 1.3도에 이르는 추위로 돌변했습니다. 동시에 습도 또한 급격하게 내려갔죠. 하루 만에 춥고 건조해진 겁니다.
갑자기 가습기를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브링더홈 가습기도 미친 듯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물론 다른 브랜드들이 보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당시 우리에게는 정말 ‘미친’ 수준이었습니다.)
하루에 67개? 꿈인가?
다행히 1세대 가습기 재고가 남아 있어 못 파는 상황은 면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0일 수요일, 개선된 2세대 가습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재고들은 2주도 안 되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게다가 공장은 한창 바쁜 시기라 생산까지 2달 가까이 걸리는 상황이었죠. 결국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12월이 되어서야 예약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안일함에 대한 값을 치르고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안일함의 댓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예약 구매한 분들에게 제품을 보냈습니다. 그때가 12월 15일 수요일이었습니다. 제품을 택배사에 인계 후, 드디어 고비를 넘겼다며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16일 저녁에 문의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물통에 물이 충분히 있는데도 작동이 안 돼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예약 구매로 한 번에 많은 제품이 나갔다 보니, 불량 접수가 들어오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니까요.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에도 같은 내용으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몇 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제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죠.
’이거, 제품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
곧바로 원인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쉼 없이 매달려 원인을 찾았죠.
원인은 사출 금형의 변경이었습니다. 본체를 사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높이를 0.5mm 낮췄는데, 이 때문에 부력판의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부력판은 물통에서 본체로 물을 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부력판의 높이가 낮아져 본체로 내려오는 물이 줄었고, 센서가 수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이 있는데도 센서가 인식하지 못하니 물 부족 에러가 뜬 것이죠.
사출 높이 낮아짐 → 부력판 높이 낮아짐 → 물통에서 본체로 물이 덜 내려옴 → 물의 수위가 낮아짐 → 센서가 물을 인식하지 못함. → 물 부족 에러
그래도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부력판 아래에 부품 하나를 끼워주면 되었죠. 제품은 박스 포장까지 다 되어 있는 상태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요.
왕복 120km 대장정의 시작
그때부터 일주일에 3번씩 김포에 있는 물류 창고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한번 갈 때마다 약 100대 정도 작업했으니, 수십번은 왔다 갔다 한 것 같네요. 추운 겨울에 김포에서 먹었던 육개장과 짬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2022년 2월, 여전히 영하의 기온과 낮은 습도로 가습기를 찾는 분들이 많은 시기에, 우리는 가습기를 품절 처리하고,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솔직히 고민 많이 했습니다. 잘 팔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내실을 다질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게 우리는 안일함으로 시작해 예상하지 못한 문제까지 겹친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편 읽어보기↓
브링더홈 EP 4. 시즌 3: 준비, 결심, 보답의 선순환
2022년 9월, 브링더홈 브랜드를 재정립하다. 그리고 보육원 기부의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