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더홈 EP 2. 시즌 1 피드백: 처음 치고 만족스러운 성과

2020년~2021년 3월까지. 시즌 1 회고

김기원 총괄매니저2024-12-30

2021년 3월 말, 우리는 드디어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브링더홈 가습기의 첫 번째 시즌이 막을 내렸죠.

물론 아직 재고가 1,000대 정도 남아있었지만,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드는 봄에 접어들면서 가습기를 찾는 분들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렇게 본의 아닌 여유를 되찾았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숙제가요.

브링더홈 가습기의 첫 번째 시즌은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아버지의 사업이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픈 주변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 있던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가습기를 만들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가습기를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정말 꿈 같은 나날들이었죠. 개인적인 계기로 우연히 탄생한 제품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경험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했습니다.

2020.10 - 2021.3 시즌 1의 결과 약 2900분의 구매와 수백 건의 리뷰

하지만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여유를 되찾았을 때, 솔직히 우리는 의기소침 했었습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분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만 같았거든요. (자세한 건 이전 에피소드에 나와요.)

오해하지 마세요..! 실제로는 90%가 넘는 대부분의 분들이 브링더홈 가습기에 만족하셨습니다.

  • 건조한 겨울에 잔기침이 사라졌다는 분

  • 따뜻한 가습을 키면 공기가 차가워지지 않아 좋다는 분

  • 디자인과 무드등이 이뻐서 마음에 든다는 분 등등

심지어 분무가 이렇게 쎈 가습기는 처음 본다며 좋아하신 분도 계셨어요. 우리가 가습기를 선택할 때 신경 썼던 부분들이 제대로 적중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연락한 고객님들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죠. 계속해서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 보니, ‘우리 제품은 대체 뭐가 문제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브링더홈 가습기를 좋아해 주었던 분들이 훨씬 많음에도 말이죠.

그렇다고 불편을 겪은 일부 고객님들을 무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신경이 쓰이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품 문제만 듣다가 의기소침한 마음이 들었듯, 제품 불량을 겪은 고객님 입장에서는 그게 우리 브링더홈 가습기의 모든 것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사후 서비스, 즉 AS에 우리의 ‘영혼’을 담게 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생긴 ‘AS 소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하지만 이제는 미뤄왔던 숙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 개선’이라는 아주 중요한 숙제를 말이죠.

1세대 AS 현황표

정신없던 첫 번째 시즌에 잘한 한 가지를 꼽자면, 제품의 불량 데이터를 꾸준히 모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바꿀 수가 없어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수집했죠. 그리고 그 생각은 역시 맞았습니다.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자석녹

첫 시즌에 발생했던 가장 큰 문제는 ‘자석녹’이었습니다.

자석은 물통 아래에서 달려, 본체와의 결합을 인식하는 센서 역할의 부품이었죠. 그리고 물에 닿는 부품이라 녹이 슬지 않게 ‘스테인리스 코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코팅은 벗겨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자석에 녹이 생겼다는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했죠. 초기에는 비율이 낮았지만, 제품 출시 후 2년이 지나면서 기어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버렸습니다. 첫시즌에 우리의 멘탈에 가장 큰 데미지를 줬던 녀석이었죠. (하지만 더 큰 놈이 시즌 2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줄은…)

그래서 해결책으로 ‘자석을 제거’ 해버렸습니다. 문제의 원인 자체를 없애버렸죠.

이전에는 자석을 인식해야 분무 되던 것을, 자석이 없더라도 분무가 되게 설계를 개선했습니다. 자석은 설계상 중요한 부품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방법입니다.

잠귀가 어두워 알지 못했던, 소음

두 번째로 문제가 됐던 부분은 ‘소음’이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찌르는 듯한 소음이 들린다는 사례들이 들어왔습니다. 이를 인지하고 작동 소음을 들어보니, 충분히 거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잠 귀가 어두운 신승륜 브랜드 매니저는 “방문을 닫아도 들려오는 아버지의 코골이로 단련되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임.)

소음의 원인은 ‘주파수’였습니다. 분무를 위한 초음파의 주파수가 높아 날카로운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무작정 주파수를 낮출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초음파의 주파수가 낮아지면 분무량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브링더홈 가습기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자 장점이 약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듣던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가능할 것 같은데?”

브링더홈의 대표이자, 맥가이버이자, 아빠. 문제란 문제는 다 해결해주신다.

며칠 뒤에 바로 샘플을 보내주셨죠. 놀랍게도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분무량은 여전히 강력했죠!

주파수를 낮추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분무량은 유지했다고 합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엔지니어의 능력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신기함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날카로운 소음에 의한 문제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다양한 문제들

그 외에도 예상을 벗어나는 창의적인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 본체 아래로 물이 샌다든가,

  • 물을 가득 채웠는데도 분무가 안 된다든가,

  • 물 호스를 꽉 누른 것처럼 분무가 시원찮다든가 등등..

그래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작동 불가’ 또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죠.

또한 아쉬운 점에 대한 피드백도 수집했습니다.

  • 분무량이 너무 쎄다(?!),

  • 디스플레이 터치 소리가 크다,

  • 밤에 디스플레이 불빛이 너무 밝아서 돌려놓고 쓴다 등등..

특히 분무량이 세다는 피드백은 충격(?)이었습니다.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때로는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품 개선이라는 숙제는 처음치고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과제로 제출하면 만점은 아니어도 A는 받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그렇게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진짜 폭풍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죠.


다음 편 읽어보기↓

브링더홈 EP 3. 시즌 2: 안일함, 예상치 못한 문제

2022년 2월, 가습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가습기를 품절 처리하고,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브링더홈 EP 3. 시즌 2: 안일함, 예상치 못한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