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더홈의 첫 가습기는 브링더홈이 처음부터 개발한 제품은 아니에요. 코 건강을 위한 가습기를 만들기로 결심했지만, 가습기를 처음부터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찾기로 했어요. (지금은 브링더홈만의 가습기를 개발 중에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생물학을 공부해서 코의 생리적 특성은 알지만 전자 기계에 대해 잘 몰랐고, 아버지는 전자 기계는 잘 알지만 코의 생리적 특성을 잘 몰랐죠. 코가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을 바탕으로 기능을 선택하고자 했던 저와, ‘기술적’으로 좋은 것을 빠르게 선택하고자 하는 아버지와의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의견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어요. 한국에 계셨다면 한 대 쥐어(?) 박았겠지만, 아버지는 멀리 타지에 계셔서 그러지 못했죠. 결국 답답했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가습기였으면 싶은 건데?”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논문들을 살피며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코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역할 뿐만 아니라, 호흡기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 드리고 싶었죠.
공기가 코를 통해 몸으로 들어오는 데에는 수초도 걸리지 않지만, 그 짧은 순간에 코에서는 여러 일들이 일어나요.
폐에 건조하고 찬 공기가 갑자기 닿게 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어요. 그래서 코는 공기를 촉촉(가습)하고 따뜻(온열)하게 만들어줘요. 공기를 약 85% 정도로 가습하고, 몸속 체온 수준까지 온열 해주죠. 이 과정이 무려 0.25초 만에 일어나게 됩니다. 코는 굉장한 스펙의 천연 가습기인 것이죠.
하지만 코는 강력한 출력과 달리 내구성이 약한 기관이에요. 같은 냄새에 대해 금방 후각이 마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겨울철에 코가 빨갛게 되는 것도 코가 열심히 일하느라 연료인 혈액을 있는 대로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랍니다.
또한 코는 온열과 가습 말고도 먼지와 세균을 걸러내는 여과 기능을 담당하기도 해요. 진화는 이 작고 약한 코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했어요. 참 가엽게도 말이죠.
천연 가습기 코의 역할
가습 (약 85%)
온열 (체온)
여과 (세균, 먼지)
맨 처음에 말했듯이, 가습기를 만드는 데 신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생각한 것을 잘 이루어 낼 수 있는 기존의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죠.
가습에 사용되는 방식에는 가열 방식, 기화 방식, 초음파 방식이 있는데요. 각각의 방식이 지닌 특징과 장단점이 있어요. 우리는 이들을 비교하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열 방식]
우선 가열 방식은 물을 끓여 수증기를 보내는 방식이에요.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뜨거운 증기가 나오는 그 방식이죠. 따뜻한 수증기가 공기를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지만, 가습량이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게다가 물을 펄펄 끓이다 보니, 안전상의 위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기화 방식]
기화 방식은 물을 증발시켜 공기중의 습도를 올리는 방식이에요. 어릴적 머리맡에 수건을 적셔 널어 놓는 방식과 유사하죠. 기화 방식은 가장 자연적인 방식이지만, 환경에 따라 가습량이 들쑥날쑥한 게 특징이었어요. 완전 건조한 환경에서는 가습량이 많지만, 습도가 좀 올라가면 가습량이 확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물이 증발하며 공기 중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초음파 방식]
마지막으로 초음파 방식은 주파수가 높은 음파로 물을 잘게 쪼개어 분무하는 방식이에요. 환경에 따른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일정하게 풍부한 분무를 보장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기화 방식과 마찬가지로 찬 물을 사용하면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어요.
3가지 모두 가습기로서 나쁘지 않지만, 이 중 하나를 선택하자니 망설여졌어요. 코를 도와 주기 위해서는 ‘가습’과 ‘온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바로 초음파 방식과 가열 방식을 결합한 ‘복합식’이었어요. 초음파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분무에, 가열식을 더하면 따뜻한 분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물을 데우면 세균도 살균이 되어 위생적이라는 장점이 있었어요. 가습기가 공기중 먼지나 세균을 살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습기를 통해 세균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약간 모험적인 선택이었죠. 지금은 복합식 가습기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복합식 가습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이를 들은 아버지는 바로 복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후로는 가습기 선택이 일사천리로 흘러갔어요!
위생 및 관리를 위해 세척이 편리한 개방형 구조를 선택했고, 주변 물고임을 막아줄 미스트 커버를 도입했어요. 여기에 더해 아버지는 여러 타이머와 무드등 같은 디테일한 편의 기능을 고려해주셨답니다.
그렇게 2020년 9월, 브링더홈 가습기의 첫 샘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극적 합의(?)를 이룬 브링더홈 가습기
복합식 (안정적인 초음파 분무 + 물을 데워 주는 가열 히터)
물을 80도로 가열해 세균 살균
주변 물 고임 방지 미스트 커버 도입
세척이 간편한 개방형 구조 (+투명 물통)
무드등, 타이머 등 디테일한 편의 기능
이렇게, 브링더홈은 첫 번째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2020년 7월, 브링더홈 복합식 가습기 1세대 샘플입니다. 영롱하고 예쁜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2020년 9월, 브링더홈 가습기 물통 QC 중입니다.
QC가 완료된 브링더홈 가습기 본체들
QC가 완료된 브링더홈 가습기 본체 2
2020년 9월 29일, 브링더홈 복합식 가습기 1세대 3,700대와 함께 첫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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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더홈 EP 1. 시즌 1: 브링더홈의 영혼이 만들어지다
2020년 1세대를 하며 결심했다. 제품 불량이 있을 순 있어도, 고객 만족은 100%여야 한다
